한기정 후보자 논문 90% 이상 '공정위 업무와 무관'

박종오 2022. 8. 2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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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초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인 한기정 교수(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가 학계에서 쓴 논문의 90% 이상이 공정위 업무와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유럽 경쟁 당국은 빅테크(거대 정보기술 기업) 등 신산업 연구와 규제에 박차를 가하는데, 정작 한국은 수장의 적임성 논란을 빚고 있는 것이다.

반면 공정위 업무와 연관성 있는 논문은 '영국 약관규제법에 관한 소고', '미국 약관규제법에 관한 소고', '구매담합에 관한 미국법 연구' 등 3편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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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 첫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54% '보험' 주제..업무 관련 3편뿐
빅테크 규제 추세 거스르는 발언도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19일 서울 중구 공정거래조정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초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인 한기정 교수(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가 학계에서 쓴 논문의 90% 이상이 공정위 업무와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유럽 경쟁 당국은 빅테크(거대 정보기술 기업) 등 신산업 연구와 규제에 박차를 가하는데, 정작 한국은 수장의 적임성 논란을 빚고 있는 것이다.

22일 <한겨레>가 대표 학술 논문 검색 기관인 디비피아(DBpia)와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에서 저자 이름을 ‘한기정’으로 검색한 결과, 1998∼2021년 사이 작성한 전체 논문 39편 중 21편(54%)은 주제가 ‘보험’이었다. 생명보험·자동차보험·보험 약관 대출 등 주로 보험 상품을 둘러싼 국내·외 법의 개념과 쟁점을 다룬 내용이다.

한 후보자를 소개하는 서울대 누리집에도 관심 연구 분야가 ‘보험계약법, 보험규제법, 금융소비자법’이라고 쓰여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동문인 한 후보자는 금융권에서도 ‘보험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한 후보자 자신도 2016∼2019년 보험연구원장을 지내고 원장 연임을 바랐으나 철회한 바 있다. 당시 보험연구원장에 연임됐다면 보험 유관 현직 기관장이 정부를 대표하는 경쟁 당국 수장으로 옮기는 초유의 일이 생길 뻔했다.

한 후보자가 저술한 나머지 논문 15편도 경쟁법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통신·금융·민법·상법 관련 주제를 다뤘다. 한 후보자가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영국의 방송 통신 서비스 동향이나 금융시장 서비스법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공정위 업무와 연관성 있는 논문은 ‘영국 약관규제법에 관한 소고’, ‘미국 약관규제법에 관한 소고’, ‘구매담합에 관한 미국법 연구’ 등 3편뿐이었다. 그나마도 약관 규제 저술은 2000∼2001년, 공정위에 제출한 연구용역이었던 담합 연구 저술은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인 2015년에 게재한 것이다.

공정위 업무를 잘 아는 한 전직 관료는 “공정거래법은 민법·상법과 달리 사인 간 계약도 부당한 지위 이용 등으로 공정한 거래를 해칠 우려가 있다면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인정한다. 그래서 민법에 정통한 판사들은 ‘세상에 이런 법도 있네’라고 할 정도로 차이가 크다”며 “상법 전공자인 한 후보자도 이런 인식 차이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후보자가 공정위원장 지명 일성으로 밝힌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위한 규제 혁신”도 대기업 집단, 즉 재벌 규제 완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외국 사정은 규제 완화를 앞세운 한국과 딴판이다. 미국, 유럽연합(EU) 등은 구글·아마존·페이스북 등 이른바 빅테크의 독과점 문제를 놓고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추세다.

한 후보자가 원장으로 일했던 보험연구원 쪽도 지난해 9월 펴낸 ‘플랫폼 규제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서 “미국에선 플랫폼의 지배력 확대가 개인과 기업의 경제적·정치적 자유에 제약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짚었다. 개인 정보와 인공지능·알고리즘 등으로 무장한 대형 기술 기업이 지배력을 강화해 외려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을 걱정한다는 의미다.

공정위 쪽은 “한 후보자가 평소 경쟁법(공정거래 관련 법)에 관심을 갖고 이 분야의 책을 많이 봤다고 한다”면서 “공정위는 시장 규제를 개선하되 반칙 행위의 경우 철저한 집행으로 제재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조만간 국회에 한 후보자 인사 청문 요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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